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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직 업무기록/경기교행이야기

[경기교행이야기] 4. 교육행정직 합격 이후 첫 발령 준비와 인수인계

경기교행이야기

《4》

교육행정직 합격 이후 첫 발령 준비와 인수인계

 

교육지원청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때, 발령 공문이 올라왔다. 함께 면접을 준비했던 스터디원 중 절반, 즉, 나와 동기 한 명이 먼저 발령이 났다. 연고지가 아니었다. 1월에 발령이 나는 신규는 소위 '여, 안, 이, 평' (여주, 안성, 이천, 평택) 에 발령이 난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이런 이야기 때문에 나의 연고지에 발령이 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내가 발령이 난 지역 정도면 상당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역 발령이 나고 나서 고민이 많아졌다. 이상한 곳으로 가면 어떡하지, 교육지원청으로 끌려가면 어떡하지. 교육지원청에 전화를 해 봐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그나마 내가 근무하던 곳은 교육지원청. 아는 주사님이 전화번호를 하나 안내해줘서, 결국 발령이 날 교육지원청에 전화를 걸었다.

이야기야 뻔했다. 차가 없고 집이 멀어서 멀리 있으면 통근하기가 힘드니까, 최대한 가까운 곳에, 대중교통이 닿는 곳에 보내달라고 말했다. 물론, 전혀 소용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지역 발표는 났는데 실근무지 발표가 나질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크리스마스 당일 날 나는 모르는 전화를 두 통 받았다. 당시 선거가 곧 있을 시기여서 나는 스팸 전화인 줄로만 알고 전화를 받지 않았었다. 뒤늦게서야 그 전화가 교육지원청에서 걸려온 전화였다는 걸 깨달았다. 대체 그런 전화가 왜 크리스마스 저녁에 오냐고! 그만큼 바쁘다는 이야기겠지. 아무튼, 전화로 어디에서 근무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랬던 모양인데 기회가 물건너가고 말았다. 그 다음주 출근해서 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고 사정을 설명했지만, 과연 그게 잘 먹혔을지는······.

 

그리고 어느날 낮에, 교육지원청에서 실무 수습을 하고 있을 때 내가 가게 될 교육지원청에서 최종 발령 명단 파일을 올렸다. 그 때가 12월 29일이었나? 교사들은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게 될지 미리 알려주는데, 교육행정직은 그렇지 못하다. 대체 인수인계를 며칠만에 하라는 건지.

아무튼, 이야기를 듣자마자 확인했다. 천만다행이게도 교육지원청으로 발령받지는 않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지역 이름이었다. '읍' 단위로 이루어진, 낯선 곳이었다. 황급히 지도를 열어서 학교 앞 로드뷰를 확인해봤다. 학교 주변엔 뭐가 없었다.

대중교통으로 오가기가 상당히 힘든 곳이었다. 거리도 상당히 멀었다. 낮 시간 기준 차로 40분 정도 소요됐지만, 출퇴근길은 당연히 다를 터였다. 그 와중에, 나와 같이 발령이 난 동기는 바닷가가 보이는 시골로 발령이 났다. 

 

우선 부모님에게 연락을 드리고, 내가 실무 수습을 하던 과의 팀장님께도 이야기를 드렸다. 그리고 바로 내가 근무하게 될 학교 행정실로 전화를 걸었다. 1월 1일자로 그 학교에 근무하게 된 ○○라고, 언제 인사를 드리러 갈지 여쭤보았다. 사실 12월 말에 여행이 잡혀 있었던 터라 설마 여행이랑 겹칠까봐 너무 긴장했는데, 다행히도 그날을 비껴··· 가지는 않고, 인수인계를 받고 바로 부산으로 내려가면 가능한 스케쥴이었다.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한 날, 교육지원청에는 출장을 달아두고 내가 일하게 될 학교로 향했다. 정말 작은 학교였다. 행정실로 올라가서 인사를 드리고, 교장 선생님께도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나서 내가 하게 될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다.

전임자 분께서 정말 상세히 알려주려고 노력하셨지만, 사실 그 순간 라이브로 들은 강의는 잘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 익숙지 않은 용어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니 머리가 소화하지를 못했다. 그보다는 전임자께서 만들어둔 인수인계서가 훨씬 더 도움이 되었다. 직접 만드신 내용인지, 내가 하게 될 주요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은지 정말 상세히, 순서대로 기록을 해두셨었다. 그리고 신규가 대체로 맡게 되는 급여 업무와 세금 및 보험 업무까지도 1월에 해야할 일을 나를 위해 다 끝내두신 상태였다. 

전임자 덕분에 나는 비교적 수월하게 1월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쉬웠다는 건 아니다. 신규로서는 업무뿐만 아니라, 그냥 낯선 환경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게 괜찮은지 긴장을 해버리기 마련이니까. 또한 메신저로 전임자에게 많은 업무들을 물어보았는데, 언제나 친절하게 대답해주셔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이 경험으로, 나도 나중에 학교를 옮기게 되면 내 자리에 오게 될 신규를 위해서 1월 업무를 최대한 많이 정리해두고 깔끔하게 인수인계서를 만들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블로그 글을 적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중에는 내가 해왔던 업무에 대한 가이드도 정리하여 글을 적어두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나도 스스로 복습할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