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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직 업무기록/경기교행이야기

[경기교행이야기] 1. 다닌 지 1년 6개월, 내가 느낀 교육행정직의 장점

경기교행이야기

《1》

다닌 지 1년 6개월, 내가 느낀 교육행정직의 장점과 단점

 

2021년에 경기도 교육행정직 시험에 덜컥 합격을 하고, 2021년 10월에 수습부터 시작해 이 직장에 다닌 지도 어언 1년 6개월이 되었다. 

처음 1년은 한가하면서도 늘 마주하는 업무가 새로웠기에 긴장 상태였고, 정보 공유 겸, 복습 겸 블로그에 이야기를 써야지, 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벌써 23년 5월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기에 내가 일 년 반 동안 느낀 점들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이 잠시 이직 고민도 해보고, 이 직장에 안주하기도 해보고, 소규모 학교에 발령이 난 덕에 감사 위원도 해보고, 다양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첫 번째. 모든 것의 발단.

 


왜 교행을 선택했는가?

 

라고 묻는다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바로 워라밸. 나는 예전부터 공무원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육행정직은 대체로 선생님들을 상대하기 때문에(이때는 공무직의 존재를 몰랐다) 다른 일반직 공무원보다 민원이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니뭐니해도 4시 30분에 퇴근(8:30~16:30)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또한 여초 집단이라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불호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적어도 과한 술자리는 없을 것 같아서······. 

또한 나의 어머니는 교사로서 학교에 계시며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고, 나 또한 언젠가 학교에 있었으니 학교라는 공간은 나에게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엄청 큰 뜻은 아니었다. 그저 지방직 공무원을 할 바에야 교행이 더 편해보여서. 당시에는 교행이 방학 때 노는지 안 노는지도 모르고 있었을 만큼 이 직렬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다. 다른 직렬에 비해 교행의 페이가 적다고는 들었지만, 그것도 야근을 해야 얻는 돈 아닌가? 나도 이 직렬에 들어와서 안 사실이지만, 공무원은 근로자로 쳐주지 않기 때문에 야근 수당이 시급의 1.5배도 아니다. 9급 공무원 기준 최저시급이 되기는 할까? 그 돈 받아가며 야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돈을 벌고 싶으면 다른 직업을 생각하거나 더 높은 7급 시험을 준비했겠지, 나는 공부를 많이 하고 싶지도 않아서 7급 시험을 볼 생각도 없었다. 어쨌거나, 우연찮은 계기로 공부한 지 3개월이 되던 때 국가직(검찰직렬)에 아깝게 미끄러지고 4개월이 되던 때 덜컥 필기에 합격했다. 이후로 면접을 준비하고, 여행을 다녀오고, 수습을 준비하고, 발령이 나고······. 그리고 지금이 되었다.

 


내가 느낀 교행의 장점과 단점

 

우선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장점 단점
- 빠른 퇴근 시간(08:30~16:30)
- 악성 민원이 적음
- 야근이 적음
- 회식이나 술자리가 적음
- 업무 강도 낮음
- 순환근무. 특히 광역교행은 타 시군으로 쫓겨나기 쉽다.
- 삼원조직. 교사vs교행vs공무직과의 마찰이 잦다.
- 발령나는 학교에 따라 업무분장이 천지차이.
- 소규모. 인원이 적어 땜빵이 어려움.
- 적은 급여.
- 잡다한 막노동.

물론 이러한 장단점은 학교 발령이 아닌 교육지원청 발령이 나게 되면 뒤섞여 버린다. 장점은 모두 사라지고, 단점중에서 삼원조직의 문제만 해결되는 정도?

하지만 이번에는 교행의 장점만 이야기하려고 하니, 단점은 다음편으로 밀어두기로 한다.

 

교행의 장점

우선, 이 글은 모두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이 아닌 학교 근무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명시한다.

 

1. 빠른 퇴근 시간

교사의 경우, 점심시간 또한 아이들 지도를 해야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으로 봐서 따로 점심시간의 휴게시간이 없다. 즉 근무시간은 8시간으로 동일하지만 휴게시간이 빠지면서 학교에 9시간 동안 있지 않아도 되는 셈. 교육행정직이나 공무직도 교사의 퇴근 시간과 맞추기 위해 08:30~16:30을 기본으로 업무시간으로 한다(학교장 재량으로 08:00~16:00 또는 08:40~16:40 등 차이 있음). 즉, 교행의 12:00~13:00은 점심시간이 아니며, 엄연히 근무시간이다. 우리 학교는 보통 식사를 하자마자 돌아와서 업무를 시작하는데, 실장님이 널널한 학교는 1시간 동안 식사하고 티타임을 가지는 곳도 있는 모양이다.

다만 이는 학교 기준으로, 교육지원청이나 직속기관(도서관 등)에 발령이 난다면 이른 출퇴근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야근 안 하면 다행일 정도. 오로지 학교만 4시 30분 퇴근이고, 다른 기관은 09:00~18:00 근무다.

두 달간의 수습을 교육청에서 하고 실 근무는 학교에서 한 입장으로서는, 4시 30분 퇴근과 6시 퇴근의 차이는 어마무시하다. 내가 수습할 당시 함께 합격했던 동기 몇몇은 학교에서 근무했었는데, 동기들은 4시 30분에 퇴근해버리고 나와 다른 기관에서 일하는 동기만 6시까지 남아 있을 때의 기분이란···. 취미 생활에서의 1시간 30분은 금방 흘러갈지 몰라도, 업무를 할 때는 다르다. 다른 동기들이 오후 3시에 아직도 퇴근 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남았다며 징징거릴 때, 나는 퇴근 시간이 아직도 세 시간이나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남들과 다르게 30분 일찍 출근해야 하지만, 그 정도의 시간은 큰 체감이 되지 않는다. 

해를 보고 퇴근하는 기분은 저녁에 퇴근하는 기분과는 사뭇 다르다. 처음 정규 발령이 나서 4시 30분에 퇴근할 때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 듣기로는 학교 근무자들이 교육청에 가게 되면 6시까지 일해야 하는 업무 시간에 가장 적응을 못한다고 한다. 퇴근 시간이 이르면 퇴근길도 덜 막히고, 이것저것 볼일 보기도 좋다. 정말 대체할 수 없는 장점.

 

2. 적은 악성 민원

말 그대로, 악성 민원이 적다. 나는 소규모 학교에 있어서 더욱 그렇겠지만, 당연하게도 시청이나 주민센터에 찾아오는 민원인보다 학교에 찾아오는 민원인이 훨씬 적다. 때문에 민원 업무가 비교적 많지 않다. 교행은 일반 시민들보다는 학교에 함께 지내는 교사와 공무직과 관련된 행정 업무를 도맡아 한다. 물론 교사와 공무직도 모두 완벽한 인성을 갖추고 있는 집단은 아니지만, 아무런 거름망이 없는 불특정 다수와 비교한다면 당연하게 이 사람들이 낫다. 일단 다들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니까. 

 

3. 적은 야근

교행의 워라밸이 좋다고, 이들이 100% 야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나도 가장 바쁘다는 1~2월에 야근을 했고, 중간에 감사가 걸리면서 몇 번 야근을 했었다. 학교에 따라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큰 학교는 급여 업무 기간에 야근을 자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청이나 타 직렬과 비교하면 야근할 일이 많지 않다. 

물론! 이는 정말 학교에 따라 천지차이다. 업무분장이 잘못되면 일이 과중하게 쏠려 계속 야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9급 사회복지직이나, 고용노동부 산하에서 일하게 되는 공무원들과 비교하면 당연하게도 교육행정직의 초과근무 시간이 훨씬 적을 것이다. 아! 교육지원청으로 들어가게 되면 높은 확률로 야근을 하게 되긴 한다.

야근 많이 해서 뭐가 좋겠는가? 근로자가 아니랍시고 1.5배 쳐주지도 않는 공무원인데.

 

4. 적은 회식과 술자리

물론 코로나의 덕택도 있었겠지만, 나는 학교 발령이 나고 나서 단 한 번도 회식이나 술자리를 가지지 않았다. 한 번은 투표로 회식 의사를 묻긴 했지만 과반수로 밖에 나가 먹는 회식을 원치 않아서 아이들 수업시간이 끝나고 나서 큰 교실에 모여 간식을 먹은 게 전부였다. 

유명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학교라는 곳은 적극적인 외향인보다는 내향인들이 많이 오는 모양이다. 대체로 조용히 자기 할일을 하고, 조용히 집에 빨리 가고. 생각해보면 선생님들도 다들 모여서 일하기보다는 자기 반에서 일하니까··· 그렇게 되는 모양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회식이나 술자리를 기피하는 나로서는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또한, 교육지원청에 가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비록 점심시간이기는 했지만, 수습하는 두 달 동안 모여서 먹은 적이 대여섯 번은 되었던 것 같고, 어떤 부서는 새벽까지 마시다가 들어가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몇 번 들었었다.

 

5. 낮은 업무 강도 (학교 기준)

이건 아마 3. 적은 야근과 이어지는 이야기일 것이다. 당연히 야근이란 게 업무 시간에 일을 마치지 못할 정도로 일이 많아서 하게 되는 노동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를 포함해 몇 가지 더 있다.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 자연재해, 선거 등, 남들이 놀거나 집에서 쉴 때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기 마련이다. 그게 공무원이다. 2022년 여름, 비가 많이 오던 때도 공무원이 업무를 하다가 감전되어 죽은 사건이 있었다. 일반직 공무원들은 비가 많이 오면 현장으로 나가고, 눈이 많이 오면 현장으로 나가고, 행사가 있으면 현장으로 나간다. 주민센터에서 열리는 선거는 당연하게도 나가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그런 게 없다. 물론 학교에서 선거가 열릴 때도 있지만, 주민센터보다는 아니다. 비가 많이 와도, 눈이 많이 와도, 우리는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 물론 출근하고 나서 학교에 눈이 많이 쌓여 있으면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긴 해야 하겠지만, 시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지방직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또한,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엉망인 인수인계 속에서 처음에는 개고생할 수 있지만, 이를 몇 번 하다보면 익숙해진다. 대부분 낮은 직급일 때는 급여 업무와 지출 업무, 급수가 오르고 나서는 계약 업무 등, 대부분이 아랫 사람에게 주는 일과 윗 사람에게 주는 일이 나누어져 있다. 그 단계에 따라 하는 일은 비슷비슷하게 정해져 있다. 물론 관계 법령이 바뀌고 지침이 바뀌고, 급여도 늘 달라지지만, 결국 큰 틀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 잘 배워둔다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

특히 여름방학에는 우리가 교사처럼 쉬지는 않지만 일이 널널한 편이라서, 할일없이 학교에 와서 일 조금 하고 놀다가 집에 가는 경우도 있다. 아마 이런 경우는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겠지만, 이 또한 학교에 따라 다르다는 점. 교행의 경우 11월~3월이 제일 바쁠 때고 여름은 상대적으로 한가하다. 일이 적고 퇴근 시간이 빠른 덕에 이직 준비를 한다는 사람들도 인터넷에서 꽤 볼 수 있었다(과연 성공했을까?).

 

그 외에도 느끼는 장점이 더 있을 수 있지만, 내가 교행직으로 있으면서 느꼈던 장점들은 크게 저 다섯 가지였다. 특히 4시 30분 퇴근의 위엄은 정말 무시하지 못한다. 오후 6시부터 2시간 야근하면 오후 8시에 퇴근이지만, 오후 4시 30분부터 2시간 야근하면 6시 30분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는 학교 근무 기준이다.
사실상 교육지원청 근무는 일반직의 근무 강도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자기 시간이 소중한 사람.
일을 많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여가 시간에 많은 것들을 하고 싶은 사람.
급여보다는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

 

특히 육아를 하기 좋은 환경이라, 아이가 있는 여성의 직업으로 많이 선호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일이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안 맞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는 아무래도 교행의 단점과 함께 이야기하는 게 좋을 테니, 다음 글에서는 내가 느낀 교육행정직의 단점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