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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직 업무기록/경기교행이야기

[경기교행이야기] 3. 교행 실무 수습 후기: 교육행정직 합격, 수습을 꼭 해야 할까?

경기도 교육청 로고

교행 실무 수습 후기: 교육행정직 합격, 수습을 꼭 해야 할까?

 


대체로 교육행정직 시험은 6월 초, 그리고 면접은 7~8월, 최종 합격자는 8월 말~9월 초에 당락이 결정된다.
합격이 확정되면, 그때부터는 교육청에 공무원 신체검사를 비롯한 이것저것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해야 한다.
수많은 서류 중에서 당신은 수습 여부를 결정하는 서류 또한 제출해야 한다. 수습이란 무엇일지, 이걸 하면 좋을지?

 

1. 실무 수습이란?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에는 새로 들어오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발령 이후 근무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무 수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수습 기간은 11월~12월. 이 기간동안 발령 전에 먼저 교육청, 교육지원청, 또는 학교에 근무하면서 근무지의 분위기를 익히고 업무를 접해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교육행정직의 인수인계가 엉망진창인 건 꽤나 비일비재한 일이고, 이는 처음 발령받는 신규에게는 더하기 때문에 어쩌면 실무 수습으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다만 실무 수습은 신청한다고 다 가능한 건 아니고, 성적 순으로 일정 인원만 받고 희망 인원이 정해진 인원보다 많다면 성적이 낮은 순으로 수습에서 탈락한다. 

 

2. 학교에서 수습을? 교육지원청에서 수습을?

수습 신청을 할 때, 나는 학교에서 수습을 하고 싶은지, 교육지원청에서 수습을 하고 싶은지 희망 근무지를 적어서 제출해야 했다. 이때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학교와 교육지원청에서 수습을 하게 될 시에 경험하게 되는 업무도 다르고, 장단점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신규가 교육지원청도 아닌 교육청에서 수습을 하게 되는 경우는 특수한 케이스인 관계로 생략한다.

우선, 수습을 학교에서 하게 되면 근무를 4시 30분까지 하게 된다(수습도 교육청은 현직과 마찬가지로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하게 된다). 또한, 본인이 이후에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싶다면 교육청보다는 학교에 있으면서 일을 배우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수습을 교육지원청에서 하게 된다면 교육지원청에는 학교보다도 더 많은 교육행정직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 있을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된다. 위에 말했듯이, 학교에서 수습을 하게 된다면 실제적으로 하는 일을 배울 수도 있지만 실장님의 결정에 따라 아예 일을 주지 않고 방치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또한 교육지원청도 예외는 아니지만, 자기 분야에 전문화된 선배들을 인맥으로 쌓아둘 수 있다. 

즉, 학교는 근무가 편하고 자신이 직접 발령이 난 이후에 써먹을 수 있는 업무를 배울 수 있는 대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 그리고 교육지원청에서 수습을 하게 된다면 퇴근 시간이 늦고 실질적인 업무를 배우기 어려운 대신 많은 인맥을 만들어둘 수 있다. 

다만 한 가지는 생각해둬야 한다. 수습을 받는 11월~12월은 학교도 교육지원청도 비교적으로 바쁜 시기다. 때문에 대체로 현직자들은 수습을 받는 것을 꺼려한다. 내 일 하기도 바쁜데, 어느 누가 아무것도 모르는 생초짜를 알려주고 싶어 할까? 
수습을 했던 나또한 겪었던 일이지만, 기껏 일을 배우러 갔는데 방치만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동기들도 그랬으니까. 때문에 정말 아무 일 없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교육지원청에서 수습을 했던 사람은 교육지원청에 갈 확률이 학교 수습보다 더 높은 모양이었다. 이를 생각하면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은 신규는 교육지원청보다 학교가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실 발령지는 학교이긴 했으니, 결국은 운이 따라야 하는 부분이다. 

 

3. 교육지원청에서 실무수습을 했던 경험

합격한 당시, 나는 수습은 당연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미리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 실제로 발령이 났을 때 일을 처리하기가 수월할 테고, 아는 사람들을 조금 만들어둔다면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당시에 내가 수습 희망을 하면서 교육지원청을 썼는지 학교를 썼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나는 우리 동네에 있는 교육지원청에서 수습을 하게 되다. 합격자 발표가 난 8월 18일 이후 두 달이 넘는 휴식을 가진 나는 11월부터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처음 발령지를 찾아갈 때보다, 이 순간이 가장 긴장되었던 것 같다. 교육지원청에 함께 발령이 난 사람들이 모여 과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식사를 한 후, 나는 자리로 가서 본격적으로 실무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회계와 재산을 담당하는 과로 배정을 받았는데, 이곳은 교육지원청에 있는 다양한 과 중에서도 가장 바쁘기로 유명한 과 중 하나였다. 특히 11월~12월이라는 기간. 12월은 회계 마감을 해야 하는 시기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가 수습하는 교육지원청에 감사가 있어서 직원들이 눈코뜰 새 없이 바쁠 시기였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비상 근무가 돌아가고 있기까지 했고, 학교보다 훨씬 큰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지원청의 회계에서 다루는 금액은 나 같은 햇병아리 신규에게 맡기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책임이 따르는 금액이었다. 

이런 다양한 이유들 때문이었겠지만, 수습으로 들어온 나는 방치되었다.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럴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이해한다. 다들 자신의 건강과 체력을 깎아가며, 화장실조차 제대로 가지 못하고 매일같이 야근을 해야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게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남을 케어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를 데리고 일을 가르치고 업무를 시키는 것보다는 그냥 자신이 빠르게 해결하는 게 훨씬 빠르고 문제도 없을 테니까. 2주 정도 후, 몇몇 분들이 나에게 일을 가르치고 업무를 주려고 했지만 팀장님이 이를 반려시켰고, 나는 완벽하게 '그저 존재만 하는' 투명인간이 되었다.

다만 머리와 가슴으로 그러한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9시부터 6시까지, 거의 한 달 간을 일을 거의 받지 않고 앉아있는 건 상당히 힘들었다. 모두가 바쁜 상황에 일이 없다고 마냥 눈치 없이 대놓고 놀 수 없었다. 교육지원청은 보안 문제로 인해 컴퓨터로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도 없었고, 심지어는 네이버, 구글 등의 이메일조차 들어가지지 않았다. 결국 누군가와 연락하려면 업무에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핸드폰이나 들여다 보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말 힘들었다. 차라리 일이 많았으면 그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회사에서 직원을 쫓아버리려고 아무것도 없는 책상이나 하나 주고 일 하나 시키지 않는, 사내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들었을 때는 '어차피 일이 없으면 쉬면서 돈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하는 나로서도 그렇게나 힘들었는데, 주변인의 눈총을 받는 괴롭힘의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에게도 일이 아주 조금, 주어지긴 했다. 서류 묶음에 표지 테이핑을 하는 단순무식한 일. 그 하나만으로도 '할 게 생겼다'는 사실로 얼마나 살 것 같던지. 그 정도로 처음 수습하고 근 한 달 간은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일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용카드 관리, 선배가 알려준 대로 계약서 작성하기 등. 단순한 일들이었지만 그래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모종의 사유로 나 같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이 왔고, 그제서야 나는 실무에 쓰이기는 애매하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수습하는 기간에 감사가 열렸고, 그때 선배를 도와서 의원들을 안내하고 뒷정리를 하는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감사하게도 나를 데리고 본인의 업무를 알려주던 선배도 있었다. 식사를 챙겨주기도 하고, 너무 바쁜 상황이라 내가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던 분도 있었다. 잡다한 일만 했지만 교육지원청이 돌아가는 분위기도 알 수 있었고(아, 엄청 바쁘다! 절대 교육지원청에 가면 안 되겠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

 

이런 수습의 경험이 학교에서 도움이 되었을까? 음, 일단 확실히 긴장은 덜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보통 신규가 학교에 발령이 나면 받게 되는 업무는 급여이기 때문에, 내가 교육지원청에서 배웠던 일들을 실무에서 써먹을 수는 없었다. 다만 계약서를 만들어본 적이 있어서 계약 업무를 함께 시작했을 때 사이트 인터페이스가 친숙하기는 했다.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실제로 급여 업무를 하면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교육지원청에서 알게 된 분들에게 몇 번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아무 것도 모르는 신규끼리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는 것보다는 연차가 쌓인 경험자가 나을 테니까. 

실상 업무란 직접 하면서 배워갈 수 있다. 다만 나는 교육지원청에서 수습을 하면서 아는 사람들을 만들어놓을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또한, 짧은 시간동안 교육지원청과 실 발령이 난 학교, 두 근무지에 있으면서 두 기관의 많은 차이점을 배울 수 있었고, 내가 앞으로 어디에서 근무하고 싶은지 확실히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4. 그렇다면 교육행정직 신규는 반드시 수습을 해야 할까?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이것부터 물어볼 것이다.

 

"수습을 하지 않는다면, 11월~12월을 알차게 보낼 계획이 있는지?"

 

물론 나는 수습을 하면서 꽤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11~12월 근무를 하며 보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수습이 완전 별로였다는 건 아니다. 1년 중 딱 두 달만 근무하면서 발생한 소득 덕에 익년에 생각지도 못한 근로장려금을 max로 받기도 했고, 학교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다만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아니면 언제 장기 여행을 떠날 수 있었을까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다르겠지만, 취업에 성공하고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단 두세 달 동안, 좀 더 오래 여행을 떠나면 좋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었다. 물론 내가 수습 직전 10월에 근 3주간 미국에 다녀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법이다. 특히, 학교에 근무하게 되고 내 맘대로 휴가를 쓸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그 후회는 더욱 커졌다. 

수습을 하게 되면 얻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평생 있어서 아무런 걱정 없이 자기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하루 이틀이면 언제든지 있겠지만, 두 달의 시간이다.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것 같다. 걱정 없는 두 달 동안 이참에 장기적인 취미생활이나 여행, 해외 한달 살기 등,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결코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보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업무는 미리 배우지 않아도 현장에서 어찌저찌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취업을 하고 일을 하는 것도, 결국에는 나 자신의 삶을 위한 것이지, 이것들이 나보다 우선이 되지는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