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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직 업무기록/경기교행이야기

[경기교행이야기] 2. 다닌 지 1년 6개월, 내가 느낀 교육행정직의 단점

 

경기교행이야기

《2》

다닌 지 1년 6개월, 내가 느낀 교육행정직의 단점

 

지난 포스팅에서는 교행의 장점만 언급했으니, 이제는 단점을 이야기해볼 차례.

 


내가 느낀 교행의 장단점

 

장점 단점
- 빠른 퇴근 시간(08:30~16:30)
- 악성 민원이 적음
- 야근이 적음
- 회식이나 술자리가 적음
- 업무 강도 낮음
- 순환근무. 특히 광역교행은 타 시군으로 쫓겨나기 쉽다.
- 삼원조직. 교사vs교행vs공무직과의 마찰이 잦다.
- 발령나는 학교에 따라 업무분장이 천지차이.
- 소규모. 인원이 적어 땜빵이 어려움.
- 적은 급여.
- 잡다한 막노동.

이전에도 올렸던 표 내용에서, 전편에서는 교행직의 장점을 이야기해보았으니
이번에는 교행직의 단점만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장점에 대해 보고자 한다면 이쪽으로 ▼

2023.05.04 - [매일기록/업무기록] - [경기교행이야기] 1. 다닌 지 1년 6개월, 내가 느낀 교육행정직의 장점

 

 

교행의 단점

 

1. 적은 월급

적은 급여의 경우는 교행뿐만 아니라 다른 직렬도 마찬가지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사기업을 가야지, 공무원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초과 근무를 하지 않아서 돈이 적다고 하지만··· 결국 그만큼 많이 일하게 되는 것인데 그걸 다른 직렬의 보수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행에 신규로 들어오게 되면 받게 되는 금액은 솔직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적다. 교사는 첫발령 시 호봉을 더 쳐주고, 공무직의 기본급은 9급보다 높을 정도이다. 거기에 기여금, 건강보험료 등은 철저하게 떼 가고, 주로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면 친목회비까지도 걷게 된다(선택사항이라지만 모두가 내는데 나 혼자 안 내기도 참 그렇다). 올해 급여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기여금과 건보료 등의 공제 금액도 오르게 되어 사실상 받게 되는 금액이 큰 차이가 나지도 않았다. 9급에서 8급으로,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하면 호봉을 1호봉 깎기까지 한다(······). 또한 야근을 하게 되더라도 일반 근로자처럼 1.5배의 수당을 받지 못하고 거의 1배 언저리의 수당만 받게 된다.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2. 교사 vs 교육행정직 vs 공무직이 대립하는 삼원 조직의 구조

사실, 나는 학교의 '삼원 조직 구조'라는 말은 필기에 합격하고 난 이후 면접을 준비하면서 처음 들어보게 되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사실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었어도 삼원 조직의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공무직이라는 단어도 낯설었고, 심지어 면접을 준비할 당시에 학교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삼원 조직'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도 이게 그렇게 큰 문제라고 느끼지 못했으니까.

체감상, 나는 이 삼원조직의 구조가 교육행정직의 가장 큰 단점으로 손꼽는다. 교행에 재직 중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 '삼원 구조'를 모두 단점의 1순위로 고르지 않더라도 큰 단점임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학교보다 실 업무 강도가 훨씬 힘든 교육청에 자진해서 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수습하면서 젊은 나이에 제발로 교육지원청에 들어왔던 선배들에게 왜 교육지원청에서 일하냐고 물어봤을 때, 다들 한결같이 학교에서 교사와 공무직과 근무하기 힘들어서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학교라는 같은 지붕 아래 색이 다른 세 가지 직종의 근무. 게다가 교사나 공무직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소수 집단인 교육행정직(아주 많아봤자 4명은 될까?)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는 한다. 

가끔 보다보면 어느 한쪽으로 보내기 애매한 업무들이 있다. 이런 일들을 업무분장할 때, 적은 수의 인원이 밀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학교의 가장 최고점인 교장 선생님도 어찌보면 교원이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대체로 최고 관리자는 교사의 편을 들어준다. 2021년 말, 경기도 교육청에서 행정 업무 재구조화 이슈로 인해 논란이 크게 인 적이 있었다. 교사의 행정 업무를 경감하고 교육행정직에게 이 일들을 넘기자는 취지였다. 교육행정직이 교사와 같이 사람이 많으면 모를까, 갈수록 법령이 복잡해지고 산업안전 등의 잡일이 교육행정직에게 쏠리는 동시에 교육과정 짜기(? 이걸 대체 왜 교행이?) 등 말도 안 되는 업무를 넘기려고 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하지만 교사와의 문제보다도 가장 큰 대립은 공무직을 상대할 때 일어난다. 우리는 근로자가 아니고, 그들은 근로자다 보니, 어떨 때는 그들이 시험을 쳐서 들어온 우리보다도 더 나은 처우를 받을 때가 있다. 이름만 있다시피한 교행 노조와 달리 공무직 노조의 힘이 더욱 세기도 하고. 가끔 우리가 받은 처우 이상의 처우를 요구하는 걸 보고 있을 때면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이런 구조 때문인지, 교사와 공무직을 싫어하는 교육행정직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다들 어디에선가 크게 데여서 그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겠지만, 가끔은 별 것도 아닌 내용들로 교사와 공무직을 욕하는 글들이 단체 카톡방 등에 올라오고는 했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감정을 품을 수는 있지만, 500명이나 되는 공동 공간에서 욕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이 집단이랑 잘 맞지 않는구나 하는 때가 있기도 했다.

결국 교사와 공무직이 싫은 사람들은 교육지원청으로 떠나버린다. 물론 그곳에도 교원 출신의 장학사와 소수의 공무직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대다수는 우리와 같은 교육행정직이다. 일이야 많으면 야근을 하든 뭘 하든 처리해내면 되지만, 사람간의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면 참 좋을 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3. 순환 근무

회계를 다루는 직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교원과 공무직이 한 학교에 기본 5년 이상 근무할 때, 우리 교육행정직은 기본 2년을 근무하고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한다. 2년마다 이사를 다닌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특히 광역 교행의 경우, 저 먼 시군으로, 혹은 심하면 외딴 섬으로 발령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때문에 언제나 광역 교행보다는 특별시 교행이 더욱 인기가 좋다. 특히 섬이 많은 전남교행의 경우에는······

아무튼, 학교에서 학교를 옮기는 것만 하더라도 일이 쉽지 않다. 내가 해오던 업무가 바뀔 수도 있고, 같은 업무라고 해도 체계가 달라진다. 함께 했던 사람들도 바뀐다. 새로 인수인계를 받고, 새로 인수인계를 해줘야 한다. 때문에 발령 나기 전 3개월 동안은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동한 근무해왔던 일을 최대한 정리해둬야 한다. 학교에 계속 있게 된다면 실장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도 2년간 옮겨 다녀야 하는 신세는 똑같다. 

나도 이번 7월 1일자로 인사 이동을 원하면 내신을 내라는 공문을 받았는데, 고민이 아주 상당했다. 내가 다른 학교에 갔는데 이 학교보다도 더 처우가 안 좋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적어낸 희망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이상한 학교로 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인사 이동 시즌이 되면 교육청이든 학교든 분위기가 예민해진다. 

이런 2년 주기를,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좋게 보기도 한다. 교사나 공무직의 경우 이상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길면 5년을 버텨야 하지만, 우리는 2년만에 옮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광역교행에 속하는 경기교행인 입장으로서 학교를 옮기는 것도 문제지만 지역부터 이상한 곳으로 발령이 날 수 있다. 처음 발령이 났을 때, 나는 원하는 지역을 내 주거지(서울 근처 경기도권)로 적었지만, 정작 발령은 먼 지역의 먼 학교로 났다. 바로 옆에 밭이 있고 닭이 우는 곳, 버스가 30분에 1대 간격으로 있어서 차로만 이동해야 하는 곳, 심지어 차로 출퇴근하는데도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곳···. 이처럼 광역교행은 아무리 점수를 잘 받아도 웬만해서는 비인기 지역으로 날려버린다. 

보통은 2년을 채우면 자기가 원하는 지역으로 보내주기도 하지만, 이 또한 확률 싸움이다. 또한, 새로운 교육지원청 소속의 새로운 지역으로 가게되면 보통은 새로 전입한 사람들은 안 좋은 학교로 보내버리고, 운 나쁘면 교육지원청으로 끌고 가버리기도 한다(승진하는 시기에 한 번쯤은 모두 교육지원청에 가게 된다). 

 

 

4. 잡다한 막노동

학교에 발령이 나고 나서, 사무 일만 볼 줄 알았던 나는 이상한 일을 많이 하기도 했다. 갈수록 시설을 관리하는 시설주무관을 없애버리는 추세라(왜!), 그 일들이 고스란히 교행으로 넘어와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무직이 이런 일들을 나서서 하는 경우는 드무니, 결국은 교육행정직이 이 일들을 한다. 
가령 이런 일들이다.

배관이 고장나면 고치기, 눈 치우기, 죽은 쥐 사체 치우기, 비올 때 옥상이 잠기면 물 빼기 등등등······

때문에 행정실에 있는 우리들은 각자 막노동용 목장갑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시설 주무관이 있는 곳이면 괜찮겠지만, 그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힘들게 시험을 쳐서 들어왔는데 이런 일들을 하고 있자면,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 하는 진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더 시골인 학교는 벌레 잡기, 닭 쫓아내기 등의 일을 하기도 한다. 공부만 할 때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다.

 

5. 소규모 인원

2번에서도 말했듯이, 교육행정직, 행정실 식구들은 학교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의 인원이다. 때문에 업무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등의 일이 있을 경우에는 쪽수로 밀리기 쉽다. 또한, 나 하나가 빠지면 나의 일을 대체해줄 사람이 없다. 행정실 식구가 단 두 명인 학교에서는 실장님이 휴가를 내면 차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출근을 해야 한다. 또한 각각의 업무를 누군가 대신 대체해 줄 수가 없다. 신규가 주로 맡는 급여 및 세금/보험 업무의 경우 보통 마감일이 정해져 있는데, 그날은 무조건 휴가를 낼 수 없다. 늘 그런 식이다. 때문에 사기업보다 공무원이 휴가 사용이 자유롭다 하더라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결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항상 교행을 생각할 때 몸은 비교적 편하지만 웬만큼 무디지 않고서야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같은 신규인데 교사의 급여가 더 높고, 공무직의 급여가 더 높다. 같은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공무직은 1.5배를 쳐준다 ···등의 비교 집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단점을 감수하고서도 교행에 오기로 선택한 사람은 결국 나다. 교사가 부러우면 교사를 하면 되고, 공무직이 부러우면 공무직을 하면 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모든 단점을 상쇄할 만큼 교행의 장점(뭐니뭐니해도 4시 30분 퇴근)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이직을 생각하면서도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했다. 놀고 먹는 직업은 아니지만 워라밸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편한 직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건 자신의 선택이다.